스토리는 저리 가라! 촬영의 명품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스티브 로져스는 세계 안보기구인 쉴드(S.H.I.E.L.D)의 부름을 받고 다시 태어납니다. 맹활약을 하던 스티브는 조직내의 다른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 채게 되고, 자신의 상사인 닉 퍼리가 조직내 세력에 의해 암살 당하는 사건을 경험하게 됩니다. 닉은 스티브에게 이렇게 말하고 숨을 거둡니다. 어느 누구도 믿지 말라고.

이제 스티브는 조직 내 닉을 따랐던 블랙 위도우와 함께 이 보이지 않는 음모를 쫒아 닉을 죽인 세력을 밝하고자 나섭니다. 그 가운데 오래전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가장 절친했던 친구 벅이 윈터 솔져로 자신과 맞서 싸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거대한 조직에 의해 이용당하는 윈터 솔져와도 대결을 벌입니다. 그리고 영화 결말에서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닉이 비밀리에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고, 결국 음모의 세력을 일망타진합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의 이야기 입니다.

위의 이야기 패턴은 이미 수없이 보아왔던 헐리웃의 스파이 액션물 혹은 수퍼 히어로 물의 전형을 따릅니다. 일차의 오차도 없이 기존의 영화적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요. 음모, 배신, 그리고 충직한 보스의 죽음, 그로 인한 갈등, 복수를 위해 나섬, 고난,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보스의 부활, 사건의 해결이라는 이 스토리의 알레고리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가 될 듯 합니다. 이쯤되면 의문이 들지요. 헐리웃 영화의 힘이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이라는데 이 뻔한 스토리로 어떻게 이게 가능하냔 말이죠.

헐리웃이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로 택한 자기 생존 방식은 결국 스토리가 아닌 화려한 액션과 스타일리쉬한 영상입니다. 이미 뻔한 스토리에 대한 자기 변명은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그냥 솔직히 이 영화는 보는 재미로 가득한 액션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답변합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한국 영화 <신세계>를 통해 익숙한 엘리베이터 대결씬은 <캡틴 아메리카>에서 미국식으로 다시 탄생합니다. 숨막히는 2분 30초 동안의 이 좁은 공간에서의 액션은 가장 크고, 가장 넓으며, 가장 빠르고, 가장 높은 곳에서의 액션에만 길들여져 왔던 미국 관객들에게 최고의 액션 명장면으로 회자될 듯 합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함대를 잡은 (컴퓨터 그래픽이건, 모형의 재촬영이건) 카메라의 각도 혹은 카메라 연출은 헐리웃의 시각적 영상 미학이 얼만큼 발전했는지 단숨에 증명해 보입니다.
닉 퍼리의 차를 공격하는 자동차 추격 및 폭발씬은 인간의 도심속 액션에 대한 동선과 디자인에 대한 상상력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와 윈터 솔져가 대결을 펼치는 시가전 대결은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 <히트> (1995)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지의 액션을 보여주지요. 두시간 조금 넘는 상영시간 동안, 이 영화는 위의 몇 장면 만으로도 그 어떤 식상함도 극복할 수 있는 아드레날린을 보증합니다. 대단한 놈인 온 거지요.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도 관객들을 만족 시킬 만한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의 크레딧의 상당 부분은 캡틴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반스도, 감독 앤쏘니 루소(Anthony Russo)와 조 루소(joe Russo)에게도가 아닌, 촬영기사인 트렌트 오팔로크(Trent Opaloch)에게 돌아가야 할 듯 합니다. <디스트릭 나인>,< 엘리시엄>, 그 밖의 수많은 게임과 광고물들을 통해 이미 능력을 인정 받은 그야 말로 이 영화를 성공적으로 살려낸 최고의 능력자 일 듯 합니다. 헐리웃 액션 히어로의 다음 영화들이 좀 긴장 할 만 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좀 즐길만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