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계인의 불행한 지구 탐색기_언더 더 스킨 (2014)

자동차를 몰고 시내와 교외를 배외하는 한 검은 곱슬 단발의 한 여성. 싸구려 모피 자켓에 딱 붙는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조심스럽게 남자들을 관찰합니다. 차를 세우고 길을 물을 때 꼭 확인까지 합니다. 그 남자가 혼자서 사는 사람이라는 걸 파악하게 되면 이 여성은 남자를 차에 싣고 자신의 거처로 유인해 갑니다. 그리고 혼자서 걸어 나옵니다. 영화 <언더 더 스킨>의 이야기 입니다.

그녀의 거처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묘하기 짝이 없습니다. 깜깜한 입구에서 남자들에게 유혹의 눈빛을 보내고, 집안으로 들어서면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합니다. 섹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그녀를 따라간 남자들은 그녀를 향해 걸어갈때 점차 몸이 녹아내리는 혹은 입수되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바닥 밑의 까만 물속 혹은 무중력 상태의 블랙홀 같은 곳에 갇히게 되고 소비됩니다.

그녀는 외계인 (극중 ‘로라’)으로 인간의 몸을 빌어 남자들을 유인하는 목적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며, 그녀 이외에도 바이커의 몸을 빌린 다른 외계인들과 함께 공조를 펼칩니다. 영화는 과연 이 외계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유인되어 사라진 남자들은 녹아내리거나 혹은 터져버려서 어떻게 쓰여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불친절함이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되기도 합니다.

현악기의 신경을 자극하는 팽팽한 음악과 외계인의 관점으로 들리는 주파수 맞추는 듯한 신호음 등은 <언더 더 스킨>이 가진 오묘함과 불안함에 더해 신비함 마저 더하며 적절하게 사용됩니다. 듣기 코믹할 정도의 강한 액센트를 구사하는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우 지방을 배경으로 펼치지는 이 영화는 비내리고 눈발 날리는 으산하고 쓸쓸한 지구의 모습을 더욱 이국적이고 이채롭게 보여주기 까지 하지요.

스코틀랜드의 축축한 숲, 파도가 몰아치는 스산한 바닷가 등 친절하지 않은 야생의 배경을 헤매고 다니는 스칼렛 요한슨의 클로즈업된 하얗고 검고 빨간 얼굴은 그 어떤 영화에서 보다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외계인의 얼굴 그 자체로 읽혀 집니다. 대사가 많지 않고, 아무 생각이나 감정 없이 보이는 그의 표정 연기가 오히려 감독 조나단 글레이져(Jonathan Glazer)가 끌어낸 수확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정체를 알 수영화 <언더 더 스킨>에서 외계인이 여성의 몸을 빌어서 지구를 경험한 것은 무척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외계인 로라가 정체성 분열을 경험한 그 이후 로라가 펼치는 행동들이 지구에서 어떻게 여성으로써 살아갈 것인가, 혹은 서바이벌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어 두가지 효과를 극대화 합니다. 외계인이 겪는 인간의 경험이 더욱 소외되고 한정적이라는 것과, 지구상에서 사실상 여자의 육체는 외계인 만큼이나 이질적이며 소수자적이고 변두리적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만약 영화 초반에 외계인이 여성의 몸을 입는 장면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마지막 여성의 몸을 이탈하는 장면 자체가 더욱 극적 효과를 낳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영화에서 영화 초반에서 조차 외계인의 정체를 굳이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 정도이겠지요. <언더 더 스킨>은 불편하고 불친절하지만, 매력적이고 신비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