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영화 어떻게 볼 것인가

2004년 멜 깁슨이 연출했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Passion of Christ)는 예수의 고난을 사실적으로 그렸지만 영화의 리얼리티와 그로 인한 이미지의 잔인함과 폭력성과 리얼리티 사이에서 영화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로 극장 밖에서는 영화 보다 더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후 2년이 되기 전에 멜 깁슨은 음주운전에 걸리게 되었고, 취중에 “이 세상의 전쟁은 모두 유대인들 때문” 이라는 발언을 던져 하루 아침에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고,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까지도 인종차별에 기반한 영화라는 논란에 휩싸이게 되지요.

그리고 10년 후 2014년 <노아>가 상영중입니다. 구약성경의 노아의 방주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타락한 인간들을 명망시키려는 신의 예시를 받은 노아가 그를 실천에 옮기는 이야기 입니다. 다들 아시다 시피, 커다란 방주를 짓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 한쌍 씩을 태우자 하늘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이 비가 쏟아져 내립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과정에 대한 영화가 아닙니다.

신의 계시를 받은 노아는 모든 인간을 말살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하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하고자 합니다. 이는 인간의 씨를 말려야 한다는 그의 해석에 기초해, 자신의 가족 역시 더 이상 대를 잇지 못하게 하기 까지 합니다. 둘째 아들이 원하는 여자 마저 외면한 채 아들만 데리고 방주에 올라야 했던 노아, 마지막 순간 방주에 올라 타려는 수 많은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침묵하며 모른채 해야 하는 노아, 며느리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태어난 손녀를 죽이려고 결심한 노아. 그는 신이 내린 계시와 그것을 실행하는 인간의 행위 사이에서 고뇌하고 오열합니다. 그야말로 인간 노아가 선택한 결심에 대한 가장 큰 두려움과 갈등, 괴로움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요.

영화 <노아>에 나오는 신은 ‘갓(god)’이 아닌 ‘창조자(creater)’로 호칭됩니다. 영화속에서도 우주의 탄생과 함께 지구에 어떻게 새명체가 존재하게 되는가를 성경의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을 교묘하게 섞어서 보여줍니다. 또한 노아가 방주를 짓도록 도움을 주는 타락천사의 등장은 오늘날 성경이 아닌, 채택되지 못한 외경 에녹서에 기반한 해석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타락천사들이 노아를 위해 돕고 희생하는 과정에서 창조자에 의해 다시 하늘로 불림을 받게 된 것도 현 기독교의 성경과는 배치되는 내용이지요. 며느리가 낳은 쌍둥이를 죽이려 하는 노아, 가족과 화해하는 순간에 비로소 무지개를 선물로 내린 점 등 즉, 영화 <노아>는 여러 면에서 현재 기독교가 승인한 성경의 내용과 위배되거나 확대된 내용을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노아>는 논란이 될 수 있고,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불편한 요소들을 다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서의 해석이 좀 다를 지라도 이 풍부한 텍스트와 상징을 안고 있는 영화 <노아>는 영화로써 그 완성도 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노아 시대의 홍수의 모습과 방주의 실태, 러셀 크로우와 제니퍼 코넬리의 연기 등은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상상력에 기반한 노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뛰어난 연출로 값진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지요. 민감한 종교영화, 취할 것이냐 버릴 것이냐는 각자의 선택에 놓이게 되지만, 성경에 기반한 영화적 장르로 표현해낸 작품에 대해 그것을 다시 성경의 기준으로 심판하는 것은 어쩌면 영화에 대한 종교적 신념을 가져다 댄 지난친 율법주의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롭게 영화로 대하십시오. 그러면 이야기 거리가 더 많아 집니다.